일상적 과학 교육과정 논의를 꿈꾸는 교육과정위원회 - 배중연 선생님
정보위원회 | 2021.03.25 | 조회수: 175

일상적 과학 교육과정 논의를 꿈꾸는 교육과정위원회

 

  올해 우리 학회는 서울대 전상학 교수를 6대 회장으로 추대하며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신임 회장과 임원진은 기존 위원회의 역량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면서도 새로운 사업 추진을 위해 몇 개의 위원회를 신설했다. 교육과정위원회도 그중 하나다. 교육과정은 현장 교사들이 행하는 모든 교육 활동의 지표이다. 그리고 길게 보면 교육연구자들의 모든 연구 결과의 집약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현장 과학 교사들과 연구자들이 긴밀히 소통하여 우리나라 과학교육을 발전시켜 나가자는 학회 취지를 생각하면 ‘과학 교육과정’이야말로 학회에서 함께 고민해야 마땅한 주제가 아닐까? 

  우리는 최근 교육과정과 관련해 ‘미래세대 과학교육표준(이하 과학교육표준)’이라는 중요한 성과를 손에 들게 되었다. 2014년 기초연구부터 시작하여 2019년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6년에 걸쳐 5단계로 이뤄진,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장기 프로젝트였다는 점과 각 단계에 많은 연구자가 두루 참여했다는 점에서 프로젝트의 성과물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과학교육표준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성과 발표회를 안내하는 2019년 7월 즈음의 공문을 통해서다. 실제 발표회는 8월 7일에 열렸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발간한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의 『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 번역본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저작물이 있었으면 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던 차에 과학교육표준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은 한 줄기 빛처럼 느껴졌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랐다고 한 것은 『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이 초장기 프로젝트의 출발점이면서 수백 명의 과학자, 수학자, 공학자, 교육자 등이 참여한 연구 성과물이라는 사실에 ‘천조국’의 스케일이 부럽기도 하고, 우리나라는 과연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으려나 의심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니 과학교육표준 완성 소식이 반갑지 않았겠는가.

  성과 발표회 날인 8월 7일이 수요일이어서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난다. 출장을 달아야 하나? 교장, 교감에게는 뭐라고 얘기해야 하나? 수업 교환까지 하면서 출장 가고 싶다 하면 무슨 소리나 듣지 않을까? 하며 달막달막 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우리 교사에게는 흔한 일이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 해도 평일에 열리면 참가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렇게 거대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왜 모르고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학회 일에 열심히 참여하면서 과학 교육계의 새로운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그런 소식을 몰랐다는 데에 스스로 부끄럽기도 했다. 학회 활동을 하는 나도 그런데 참여하지 않는 교사들은 오죽할까.

  교육과정 개편 소식은 교사들에게는 높은 데서 내려오는 훈령처럼 느껴진다. 훈령은 받아봐야 무슨 연유로 이런 훈령이 내려왔는지 알 수 있다. 교육과정 개편 과정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비전 그리고 그것을 대비하는 교육철학과 교육 방법론이 녹아드는 과정인 줄 알고 있다. 그런데 현장의 교사들은 어떤 비전과 철학을 가진 분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새 교육과정을 만드는지 알지 못한다. 자신이 행하는 모든 교육 활동의 지표인데도 말이다. 

  교육과정 개편에 참여하는 분들은 주로 전문 연구자들이다. 그들의 중요한 소통 창구는 당연히 논문일 텐데, 현장 교사들이 전문 용어로 쓰인 논문을 읽고 새로운 조류를 따라가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에 현장 상황이 반영되길 늘 바라고 있지 않은가. 결국 논문 외에 연구자와 현장 교사들이 소통할 수 있는 또 다른 창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회 안에서 과학 교육과정에 대해 일상적으로 논의하는 창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모여 교육과정위원회가 신설되었다. 현장 교사들이 좀 더 교육과정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가능하다면 개편 과정에도 의견을 낼 수 있는, 그리고 연구자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되려 한다.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이뤄낼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교육과정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을 쫓아다니며 현장 교사들을 공부시켜달라고 조르는 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출판된 논문의 저자에게 쉬운 말로 설명해 달라고 인터뷰를 요청하거나, 교육과정 논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분들을 모시고 대담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상상’을 하고 있다. 줌, 유튜브, SNS 등 활용할 수 있는 매체는 이미 널려있지 않은가.

  이즈음에서 학회 회원들께 부탁 말씀 올리고자 한다. 연구자들께서는 논문이 아닌 낯선 방법으로 현장 교사와 소통하는데 조금의 여유를, 학교 선생님들은 교육과정에 좀 더 관심 두기를 부탁드린다.

 과학 교육과정을 주제로 연구자와 현장 교사가 늘 소통하다 보면 우리나라 과학교육 발전에 큰 보탬이 되리란 믿음을 안고 교육과정위원회가 신설되었음을 보고드린다.

 

 ps. 2022 새 교육과정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과정위원회가 제대로 된 활동을 서둘러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이 생긴다. 학회 회원들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

교육과정위원회 위원장 배중연(수성고등학교 화학교사)